40.7도씨

지난 토요일 밤. 처음으로 평화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지난 주 초부터 콧물도 좀 나고 열도 38도정도까지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길래, 환절기라 감기기운이 좀 있나보다라고만 생각하고 별 걱정은 안했는데, 토요일 오후부터 열이 급격하게 오르더니 38도, 39도를 넘어서 40도까지 올라갔다. 해열제를 먹이고 찬물에 담그기까지 하면서 애를 써봤지만 열은 좀처럼 내리지 않고 39~40도에 머물렀고 결국 밤 늦게 40.6도가 찍힌 체온계를 보고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호주 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응급실에 가긴 했지만 정신을 잃고 발작을 하는 수준은 아니니 그냥 응급실 한편의 야간 진료소 쪽으로 가서 접수를 하고 진찰을 받아야 했다. 대기실에는 주말 밤이긴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에게 일단 증상을 말하고 간단히 검사를 받고, 집에서 먹었던 것보다 강력한 해열제를 받아서 먹여놓고는 하염없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밤 중에 응급실까지 찾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한번 진찰실에 들어가면 제법 오래 시간이 걸린다. 문득 시드니에 사는 앤드류가 해준 얘기가 생각났다. 애기 아파서 응급실 가면 대기시간이 길어서 기다리는 중에 나아서 돌아온다고.

대기실이 서늘해서 그랬는지 병원에서 준 해열제가 잘 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기다리는 중에 열이 좀 내렸다. 그래봐야 37~8도 수준이기는 하지만 40이 넘는 숫자를 봤을 때의 충격 때문인지 그 정도면 안심이 됐다. 의사는 낮에 다시 보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겨우 겨우 잠을 재우긴 했지만 몇시간에 한번씩 다시 열이 40도를 넘게 오르고, 그러면 물에 집어 넣거나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면서 겨우겨우 버텨야 했다.

일요일 오전에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는 열이 40.7도까지 올랐다. 귀로 재는 체온계는 기준 체온인 항문체온보다 0.5도 적게 나온다고 하니, 사실 41.2도 까지 오른 것이다. 41.7도가 넘으면 뇌에 이상이 오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니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체온을 잰 간호사마저 놀라서 다급하게 차가운 물에 적신 스폰지로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간신히 체온을 39도 대로 내려놓고는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검사를 해봐도 설사나 호흡곤란 등 다른 증상은 특별한게 없으니 결국 바이러스 때문이 확실하다고 했다. 신종플루인지 시드니A형인지 방콕B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바이러스라고. 별다른 치료 방법도 없으니 결국 몸이 견뎌내야 하고, 그 사이 열이 심하게 오르지 않도록만 잘 조절해주면서 해열제를 먹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 열이 오르내리며 하루가 더 지났다. 다행이 오늘은 40도까지 한번, 39도까지 한번씩 밖에 오르지 않았다. 주말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것이긴 하지만, 반대로 열이 내릴때는 35.1도까지 내려가서 저체온이 걱정될 정도로 몸이 차가워 져 체온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 되기도 했다.

열이 급격히 올라서 홀딱 벗기고 찬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 온도차로 인해 몸이 많이 괴로운지 울면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아직 할줄 아는 말이라곤 엄마 아빠를 포함해서 열 단어도 채 되지 않는 아이인데, 뭐라고 말도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면서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두배로 아파도 괜찮으니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싶었다.

오늘 밤에는 잘 견디고 내일부터는 더 이상 열이 오르지 않고 잘 지내기를.. 그래서 주말에는 평화가 좋아하는 공원에 나가서 미끄럼도 타고 바닷가에 가서 모래장난도 하면서 맘 것 놀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11 Comments

arloadOctober 20th, 2009 at 2:59 am

이런. 평화가 많이 아프네요. 저도 동완이 때문에 계속 병원에 다니지만,
이렇게 위급한 상황은 느낀적 없습니다.

무사히 탈없이 다시 뛰어 다니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지금도 하구요.

평화야! 힘내! 이겨내!
아빠, 엄마, 하나님이 꼭 널 지켜줄거야!!

물개October 20th, 2009 at 10:27 am

걱정이 많겠네.. 손 꼭 잡고 지켜봐~

bawooOctober 20th, 2009 at 10:27 am

늘 RSS로 읽기만 하다가 아기 이야기가 나와서 코멘트 남기네요.

저도 5개월짜리 첫 아기를 둔 아빠인데 많이 놀라셨겠어요.
아기 키우면서 응급실 신세 한두번은 지게 된다고 하는데
아기 열이 오를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알게된것 같네요.

평화 이제는 건강해져서 엄마 아빠랑 바닷가에서 잘 놀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October 20th, 2009 at 10:35 am

아이고.. 저런.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열이 좀 내려갔다니 다행이네요. 휴;;
41.2도라니.. 헐…;;

달나라하늘October 20th, 2009 at 12:33 pm

항상 좋은 글을 읽기만 하고 떠나는 눈팅족입니다.

습관처럼 들렸는데, 글을 읽고 아기가 건강해지길 기원하며 글을 남깁니다.

하루 빨리 건강해져서 뛰어놀 수 있기를…

OutsiderOctober 20th, 2009 at 12:43 pm

걱정이 크시겠습니다.
빨리 나아서 아빠랑 뛰어놀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RichpapaOctober 20th, 2009 at 12:48 pm

저는 올해, 5월달 황금같은 휴일이 낀 4일동안(한국) 아이가 그렇게 아팠습니다. 4일 내내, 낮에는 37-8 왔다갔다 하다가 잠자는 시간인 9시부터는 열이 39-40도를 왔다갔다. 미치고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1시간 자면서 온도재고 물수건으로 이마에 올리고. 결국, 아이가 겨디어 내더니 낫더군요.

말이 안 되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리세요. 분명 견디어 낼 겁니다.

창천October 20th, 2009 at 2:56 pm

아이아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멀리서 바랍니다.
다음 글은 아이랑 놀이터에서 보낸 이야기가 올라오겠군요.^^

미요October 20th, 2009 at 5:01 pm

아이고 오빠..
평화가 잘 견디어내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구나.
글로만 보는 나도 마음이 아프네. 평화도 오빠도 언니도 힘내!

TobyOctober 21st, 2009 at 10:22 am

arload, 물개, bawoo, 썬, 달나라하늘, Outsider, Richpapa, 창천, 미요/ 고맙습니다
평화는 더 이상 열이 많이 오르지 않고 좋아졌어요.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MaxOctober 21st, 2009 at 1:53 pm

정말 다행이네요.
평화가 다시 평화로운 생활을 할수 있겠군요. 아버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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