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의 가치
http://agile.egloos.com/5043002 이 글을 읽다가 오래 전에 들은 한가지 이야기가 생각이났다. 물론 그 글의 내용과 관련은 없다.
세계적인 건설회사의 CIO로 일하시다 한국의 모대학에 초빙교수로 오셨던 어떤 분에게 개인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다.
그분이 컨설턴트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다가 이런 얘기를 하셨다.
컨설턴트는 사실 외부사람이기 때문에 컨설팅 대상 조직의 내부 특성과 이력, 문화 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부 인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만 조직 안에 있기 때문에, 컨설턴트가 전문가랍시고 내놓는 의견이나 해법들의 대부분은 내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쓸모 없는 헛소리인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설턴트가 가치가 있는 있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컨설턴트가 제안하는 10가지 의견중에서 8-9가지는 별 도움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그 중 한 두가지는 조직의 내부에서 오랜동안 생활한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건드려주는 기가막힌 아이디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비싼 돈 주고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그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컨설턴트란 결국 외부로부터의 자극제가 되는 것이고, 색다른 시각과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경직된 조직의 사고를 한번 흔들어줄 수 있는,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그런 아이디어 낼 수 있는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컨설턴트에게 “네가 우리상황과 업무의 복잡한 내용을 다 알아?”라고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반대로 컨설턴트에게 해결책과 전략을 모두 의지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컨설턴트의 이야기에서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해서 적용할만큼의 기본기와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지금까지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시각에 대해서 검토해볼 살짝 열린마음만 있으면 된다.
좀 다른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기술과 그 가치에 대한 얘기를 꺼낼때면 “니가 (SI의) 현실을 알아?”라고 묻는 사람들이 꼭 있다. 한동안은 스프링 얘기만 꺼내면 “네가 SI와 엔터프라이즈 자바의 기술&현실도 모르면서 어디서 외국 자료 좀 줏어 읽고는 헛소리 하지말라”고 와서 익명으로 욕하고 가는 인간들이 제법 있었다. 자바기초도 제대로 안갖춘 개발자들이 기계적으로 작업하도록 짜준 경직된 프레임워크 속에서 매일 삽질을 하는게 현장인데, 거기서 무슨 고상한 원리니 가치니, 실천방법이니 그것이 적용된 프레임워크니, 기술이니 하는 얘기를 하냐 그런 반문인 것 같다. 또는 오픈소스 따위가 어디 고귀한 다국적 기업의 초고가 제품이 자리잡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 껴들 수 있겠냐 하는 얘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스프링이 주류 기술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이제는 그런 얘기는 잠잠해졌지만 역시 다른 주제나 기술 얘기가 나오면 비슷한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나도 알만큼 안다.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어쩌면 현실의 스트레스를 그런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아이디어 속에서 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하는 얘기가 당장에는 별로 현실성 없고, 자신의 상황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할만한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래서 “현실도 모르면서 뜬구름 잡는 얘기하지 마라. 돌팔이는 꺼져라”라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충 이해한다. 나도 다른 이들에게서 비슷한 심정이 들때가 가끔 있으니까.
그럼에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들어보면 가끔은 정말 도움이 될만한 것도 많이 있을 것이다. 헛소리가 대부분일 수도 있는 컨설턴트의 이야기를 비싼 돈을 내고 듣고, 제안도 살펴보는데 말이다. (물론 십수명이 컨설턴트랍시고 들어와서 몇달간 수십억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연구해서 내린 결론이 “우리 회사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고가의 제품을 쓰면 된다”는 것뿐이었던 수준미달의 모모 기업의 짝퉁 컨설턴트들은 예외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뜬구름잡는, 그러나 알고보면 뻔한 얘기를, 잘난척 꾸며대며 떠든다고 생각해서 재수없다고 생각하며 피하던 블로거들의 글을 다시 구독하기도 한다. 그리고 몇달 지나다 보면 한 두번 씩은 정말 놓치면 아까웠겠다고 생각할만한 도움이 크게 되는 중요한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6년 전 쯤이다. EJB와 J2EE 블루프린트가 최고인 줄 알고 살던 어느날, 우연히 어떤 블로거가 쓴 “이런 저런 오픈소스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적용했는데 정말 끝내주더라. 이래 저래서 최고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 반 씹고 싶은 마음 반으로 그가 만들던 제품을 구해다 사용기술을 뒤져본 적이 있다. 그 안에는 지금도 설장 파일 보면 짜증나는 허접 아파치 짝퉁 ORM(이름도 기억이 안나네..)과 보기만 해도 정떨어지는 지저분한 Velocity, 그리고 희한한 OS(나중에 알고 보니 오픈심포니)로 시작하는 각종 라이브러리와 XWork/WebWork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잡 프레임워크 등이 있었다.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또 다른 프레임워크 두 개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그 후로 밤마다 그것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결국 그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었다. 다음 프로젝트에서 원래 적용하려고 했던 최신 EJB를 버리고, 대신 그 두 개의 프레임워크를 적용했고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그게 바로 스프링과 하이버네이트이다.
어디 남반구 작은 도시 구석에서 희한한 것들만 가져다 쓰면서 IT세상물정 모르고 잘난척 하는 어린 놈이라고 생각했던 그 블로거는 지금은 매년 수백억 대의 매출을 올리며 6만개 이상의 회사를 고객으로 삼고 각종 제품을 공급하는 아틀라시안의 사장 마이크 캐논-브룩스이다. 그가 그때 스프링과 하이버네이트를 가지고 블로그에 가끔 자랑도 해가며 만들던 제품이 엔터프라이즈 위키의 1인자인 Confluence이다.
오늘의 결론은.. 세상에는 모르는 일이 많으니 마음을 곱게 먹자. 그게 다 남는 거다.
구성원들이 공공연히 알고 있는 내부의 문제점을,
외부의 권위를 빌어 공식화 하는 작업.
그것이 컨설팅이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메신저에 사라지고.. 어디 간거야?
얼렁.. 약속한 물건(?) 보내
dawnsea 님 의견에 매우 공감합니다. : )
사실 컨설팅은 컨설팅에 들인 비용 자체가 가지는 힘인 경우도 꽤 많죠.
항상 오픈마인드를 유지해야지 하면서도 때때로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더 성숙되어야 할 문제인듯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dawnsea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지금 제 상황을 딱 2줄로 요약해 주셨네요.
비싼 컨설팅을 받고서도, 자신들의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변경하지 않으면 정말 이 세상에서 구경하기도 힘는 hybrid한 시스템이 탄생하던데요.
뭐든 삼박자가 잘 맞아야 제대로 된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색다른 시각의 아이디어 따위는 다른데 있다가 들어온 직원들 정도에서도 얻을수 있는거고…
비싼돈 주고 컨설턴트를 사는 이유는 (정확히 얘기하면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맺는 이유는), 그 컨설팅회사에 유사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과 지식이 있을것이라는 기대때문이라고 봐야죠.
그러니 듣보잡 컨설팅회사보다는 메이저 컨설팅 회사를 선호하는거고…
그 젊은 친구가 성공한건 뭘로 만든건지는 상관없고 낮은 비용으로 자기 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지…
스프링, 하이버네이트같은거 백날 팔로우업해봐야 성공할 일 별로 없을겁니다.
dawnsea, Gloridea/ 재밌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한 사실이군요.
nokarma/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타인이 모르는 일 일지라도 “나”와 “너”라는 양분된 시각으로 새로운 insight를 주는 것이 컨설턴트 라 생각되네요.
새로움을 발견해주는 미션 수행이 참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힘든일이겠죠.
컨설턴트도 역시 지속적인 학습과 행동에 대한 연속성이 있어야 살아남는 것일겁니다.
좋은 글, 경험과 잘 서술된 글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예전 외국 컨설턴트들과 있했던 경험을 되돌아 봤습니다. 공감이 가네요.
결론은 남반구 작은 도시 구석으로 이사가야 하는 거군요. (응?!)
“세상에는 모르는 일이 많으니 마음을 곱게 먹자. 그게 다 남는 거다.” 이게 핵심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