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블로그를 읽으려고 구글리더에 들어갔다. 구글리더 우측에는 추천블로그가 세개씩 뜬다. 무슨 기준으로 추천블로그를 선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관심이 가는 블로그가 눈에 띄어서 찾아보고 구독까지 하기도 한다.

오늘의 추천 블로그에 OKJSP 사는 얘기라는 것이 있었다. 마지막 남은 한국의 자바커뮤니티라고 생각하는 OKJSP에 있는 개발자들의 살아가는 얘기 – 주로 SI업체에서의 경험이나 고달픈 얘기들을 나누는 곳인 것 같았다. 게시판의 글이다. 글을 쭉 읽어보았는데 가슴이 아렸다. 내가 한국의 SI에서 한창 구르던 1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SI현장의 문제점은 별 다를바가 없는 것 같았다. 말도 안되는 일정을 강요받고 어쩔 수 없이 손대면 터질 것 같은 폭탄코드를 만들고 간신히 인수인계 하고 튀었는데 마음이 찔린다는 글을 보며 그런 환경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테스트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는 따위의 얘기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부품처럼 부려먹는 사장 밑에 고용되어서 프로젝트 하청라인의 저 밑바닥에서 인격적인 대우는 꿈도 못꾸며 그저 짤리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버티는 식으로 살아가는 개발자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희망을 가지려면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작은 기대라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장의 개발자들에게서는 그런 기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예전에 SI에서 활동하던 내가 알던 지인들이 대부분 이직한 대형 포탈 같은 곳에선 너무 편한게 오히려 불편하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이름이 알려진 능력있는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고객이 잘보이려고 애쓰기도 한다지만.

 

그러다 문득 얼마 전 김창준님이 쓴 "당신은 몇 년 차?" 라는 글이 생각났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경력(년차)이 실력에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 점을 구체적인 연구결과와 함께 명료하게 설명해준 글이다. 같은 업무와 기술을 계속 해온 것도 아니고, 자주 바뀌는 기술과 다른 환경에서의 경력이라면 더더욱 5년차, 10년차의 실제 업무능력이라는 것이 평균적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구시대 기술에 자꾸 미련을 가진 오래된 개발자가 최신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학습의 의욕이 높은 젊은 개발자보다 못한 경우도 많이 보았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고, 다른 실력의 차이를 주는 요소가 있겠지만 아무튼 그 경험의 시간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을 뽑을 때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

막연한 추정(경험의 기간이 길면 당연히 실력도 좋을 않겠어?)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경력에 따른 실제 실력의 차이가 없다는 연구나 의도적인 수련을 하지 않는 한 단순한 경험의 연장은 실력을 늘이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꼭 읽어보고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좋은 글이다.

그런데 그 글에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렇게 예측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점차 경력 연수를 중시하는 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결과와 명쾌한 근거가 담긴 다른 주장에 비해서 이 부분은 그냥 "예측"이라고만 되어있다. 글에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나름 어떤 관찰을 통한 근거를 가지고 예측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낙관적인 전망을 말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정말 시간이 지나면 연차가 작아도 실력이 있는 사람을 더 우대해 줄 것인가? 나이가 어리지만 프로젝트 관리능력이 있고, 리더쉽이 있는 사람에게 PM을 맡길 수 있을까? 년차와 상관없이 실력으로 단가를 산정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청라인의 수직관계와 상관없이 실력이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결정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입사는 선배지만 실력이 딸리고 능력이 부족하면 그것을 평가해서 다음해에는 후배의 아래서 일하도록 할 수 있을까?

일을 열심히 하고 좋은 기술과 방법을 학습하고 적용하려고 애써봤자 대우는 그저 년차에 따른 정통부단가에 맞춰서 줄뿐이고, 오히려 책임만 많이 떠맡고 피곤하기만 할 뿐이니 다음부터는 그냥 남들 눈에 안띄는 평범한 개발자로 분위기에 맞춰서 있어야겠다는 OKJSP에 올라온 어떤 개발자의 글을 보면서, 나는 그다지 낙관적인 기대가 되지 않는다. 거의 비슷한 얘기를 SI프로젝트에 처음 몸을 담근 90년대 중반에도 들었고, 한국의 SI업계를 떠났던 90년대 후반에도 들었고, 한국의 자바 커뮤니티와 관계를 처음 가지기 시작했던 2000년대의 중반에도 들었고, 2009년 지금도 바로 동일한 얘기를 듣는 다는 사실이 나를 비관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저 시간이 흘러 가면 점차 개발환경이 나아지고, 개발자들에 대한 대우와 인식이 달라지고, 하청업체 인력을 상대하는 갑과 파워 을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을 불러올만한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창준님이 이런 글을 써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인사담당자와 관계자들을 계몽해주는 것처럼 무엇인가 구체적인 노력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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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comments:

to “10년이 지나봤자”

  1. 요즘 SI 업체에 들어와 있다. ^^;
    글 보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눈물 한 방울씩 떨구고 싶네.
    그나마 묻혀버리는 네이온토크박스가 아닌 곳에서 개발자들 사는 얘기를 볼 수 있게 된 것도 잘 된 일 아닌가 싶다.
    요즘따라 일체유심조라는 말에 더 의지하게 된다.
    행복하게. ^^

  2. 긍지를 가지고 깊게 탐구하고 많이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바 개발자들은 널려있다고들 하고, 회사나 프로젝트에는 정작 쓸만한 인재가 없는 기현상은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말이나 크게 달라진것이 없네요..
    새벽에 스프링에 대한 글을 쫒다가 이곳에 다다르게 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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