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번역 그리고 발음
외국생활을 한지 제법 되었지만 내 영어실력은 아직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실력 거기서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원래 언어의 감각이 워낙 떨어지는데다, 주로 컴퓨터하고만 얘기하고 사는 개발자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 별로 사회적인 관계가 많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래도 IT하는 사람들과는 별 어려움 없이 기술적인 얘기는 나눌 수 있고, 필요하면 서툴더라도 영어로 메일이나 전화를 주고 받으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니 크게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영어실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문화적인 것에 대한 이해와 경험에서 나오는 표현과 어휘력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화적인 경험의 부족과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생각보다 크다. 호주에서 기숙사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원까지 나온 친한 동생이, 호주회사에 들어가서 일하는데 영어가 힘들어서 포기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가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한데 왜 그런가 캐물었더니. 문화적인 이해의 차이 때문에 이해가 안되거나 대화 중에 썰렁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내 또래나 그 이상이 지금 10대들의 모여 자신의 방식대로만 이야기 하는 곳에 끼면 한 50%쯤이나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까? 언어와 표현 뿐만 아니라 대화의 주제, 사고방식, 각종 은어와 유행어들에 대한 장벽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줄 것이다. 같은 영어권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백인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호주에 와서 살면서 호주의 영어에 이제 적응했다고 생각하는데 7년이 걸렸다고 했다. 완벽한 영어 – 그것도 같은 영국식영어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임인데도 말이다.
미국에 유학을 해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미국 연구소에서 20년을 일한 한 사람이 한국에 3개월을 출장을 다녀와서 "I’m sorry"하는 소리에 엉겹결에 "You’re welcome"이라고 말을 해버리고 크게 당황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결국 해외이주 1세대는 언어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식들이나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에서만 주로 영어를 공부하고 사용하는 분들은 어떨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QCon에 참석했다고 매일 자랑 블로그를 올리고는 있지만, 하고 싶은 말도 하기 힘들다는 재성님의 고충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얼마전에 켄트 벡의 글을 읽다가 발견한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 것을 번역하고 이해하느라 소내기 님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To me a framework is a way of thinking about a particular family of problems, and code to back it up.
이라는 짧은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이 나온 배경과 프레임워크라는 것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멀뚱하게 떨어진 이 문장이 어떤 분들에게는 부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번역하면 한없이 어색해지는 내 번역실력 탓에 보통 영어로 본 글은 그대로 적는데 가끔은 그 글들에 대해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당황스럽다. 솔직히 저 글은 지금도 깔끔한 한국어로 옮기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최근에 쓰고 있는 책에 번역해서 넣으려고 했던 한 문장도 비슷하다. 애자일선언의 원칙에 나오는 것이다.
Simplicity–the art of maximizing the amount of work not done–is essential.
the art of maximizing the amount of work not done이라는 쉽지만 오묘한 표현도 그렇지만, essential을 여기서 뭐라고 해야할지만 한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번역은 한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더 다가온다.
지금 쓰는 책의 내용들은 사실 대부분 영어된 책과 글로부터 얻은 지식들이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정련된 언어로 책에 적으려고 보니 자꾸 말이 꼬인다. 챕터 하나를 영회한테 읽어보라고 줬더니 대번 "말투가 번역투 같다"고 잔소리를 한다. 저 영어로 된, 번역하기도 애매한 수많은 용어들과 억지로 번역한 단어들이 범벅이 된 문장을 어떻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지금도 자려고 침대에 누울 때도, 샤워할 때도 내 머리속에 문장과 말들이 둥둥 떠 다니는 것 같다.
영어단어를 전문용어이고 번역하면 어색해서 그대로 발음으로 적는 경우도 비슷한 고민이 있다. 과연 사전에 나온 단어의 발음을 영어발음표기 방법에 충실하게 적는게 좋은가? 아니면 한국식으로 흔하게 읽는 스타일로 적으면 좋은가도 매일 고민거리이다.
Annotation은 어노테이션인가 애노우테이션인가? 영어발음은 후자가 맞지만 전자가 보통 더 편하게 많이 쓰인다.
Generic은 제일 고민했던 단어이다. 흔히 사용하고 편하게 읽히는 제너릭인가? 아니면 사전에 나오는 식으로 지내릭, 즈네릭으로 해야할까? 차라리 영어 단어를 그대로 적고 싶은 충동이 막 일어난다. 출판사의 정책상 그럴 수는 없겠지만…
정확한 영어발음의 표기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분들도 만난다.
그분들에게 종종 물어본다.
Apache는? Solaris는?
이걸 어패치, 설래리스라고 적어야 할까?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쉬운 발음을 가진 단어를 골라준 "스프링" 개발자들에게 잠시 고마움을…
오…. 결론이 쵝온데..
언제 그렇게 센스쟁이가 됐어?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최선은 없을 듯하고… 차선에 대한 해답은 28일 금요일 12시에 내리시죠. ^^
apache와 solaris를 미국에서 프로그래머들은 뭐라고 읽나요? 본문처럼 어패치, 설래리스? 만약 정말 그렇게 읽는다면 위에서 얘기하신 바대로 문제가 있겠고, 고유 명사로 바라봤을 때 국내에선 아파치, 솔라리스라고 부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고 중국어의 표기 문제는 더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이 있으나 사실상 이게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고, 출판할 때는 지켜서 나오지만 사람들이 쓰는 말은 서로 다를 때가 많죠. (대표적으로 첫 자가 연음화해서 표기하는 표기법을 저와 일부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きのこ를 기노코라고 적는 것보단 키노코 발음 그대로 적는 예처럼. 예외적으로 田中=たなか를 타나카라고 적지 않고 다나카라고 적는 경험적 선호 표기도 하지만요.)
스프링이란 단어는 정말 그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웹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한 단어를 부르는 방법이 너무 다양화 되었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꼭 제 얘기를 듣는 것 같아요. 미국에 30년 가까이 살았건만 영어는 아직도 거기서 거기. 얼마전에 한국에 갔더니 영어로 speech를 해보라고 해서 당황했지요. 지금도 중요한 문서는 일단 작성한 후에 딸들에게(둘 다 문학을 전공) 감수를 받아야 한답니다. 그래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신앙서적 (150쪽 안팎) 두권을 번역하고 출판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미국에 20년 정도 더 살아서 80세가 되어도 영어는 더 이상 늘지 않을 것같은 불길한 예감, 아니 확신이 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