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님이 쓴 "나를 만든 언어"라는 글을 읽었다. 내용은 별게 없지만 교훈은 읽어볼만 하다. 특히 인상에 남는 구절은

한 언어를 적어도 1년 이상은 꾸준히 공부하고 써봐야 그 철학을 자기화할 수 있다.

꾸준히 공부하고 쓴다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얘기하지 않아서 애매한 말이기는 하지만, 핵심은 어떤 언어의 철학(흔히 말하는 xxx Way)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한국의 무슨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은 사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외국의 자료를 접하고 자기 블로그나 공개된 자리에서 그것을 먼저 떠들어대는 수준에 불과하다. 진정한 고수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따로 있다.

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90%쯤 동의한다. 흔히 알려진 무슨 무슨 기술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그것을 알고, 그 내용을 먼저 공개해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많다. 만약 그것이 김창준님의 말대로  충분한 시간을 통해서 그 기술을 고민하면서 적용해보고 꾸준히 공부하고 그 철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지 않은 것이라면  껍데기만 가진 전문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다 이름이 좀 알려지고 주목을 받으면서 자꾸 불려다니거나 기고를 해야 하게 되면 더더욱 그 기술보다는 적당히 내용을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떠들어 댈 거리만 찾아다니게 될 것이다.

사실 블로그나 세미나, 기고등에서 어떤 기술을 잘 아는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은 하루, 아니 반나절만 자료를 뒤적이면 말빨, 글빨이 좀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외국 자료와 블로그 글들을 적절히 짜집기 하면 충분하다. 문제는 그런데 시간과 마음을 뺏길 수록 정작 그 기술의 철학을 이해하거나, 경험을 통해서 발견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일은 어려워지게 된다. 좀 심하면 고객이나 사람들에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기치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철학이 있는 기술의 전문가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철학은 커녕 그 기술의 기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는 전문가인 척 하는 사람만 널린 것 같다.

 

물롤 나는 어떤 사람이 비아냥 거린 것처럼 숨은 고수들이 더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줄도 모르는 고수는 진정한 고수가 아니다. 어떤 레벨로든 공개되고 나누어지지 않는 실력은 무가치할 뿐더러, 솔직히 그렇게 얘기하는 고수들의 실력은 공개되어 검증되어진 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그 동네에서나 잘난척 할 뿐이다. 도토리 키재기 하고 있는 경우인지 알께 뭐냐.

 

어쩌면 스스로 실력의 초라함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초보적인 내용이라도 열심히 그것을 알리는데 수고한 사람들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그런 사람들은 전문가라기보다는 좋은 소개자 또는 안내인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마움을 느낀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어설프지만 글을 번역하고 편집하고, 간단한 예제라도 만들어서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이는 것도 지속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이제 그 기술에 철학을 가진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의 간단한 사용법 뿐만 아니라, 그 등장 배경과 장단점과 전략들을 고민해보고 스스로 코드를 만들어 적용해보고 느끼고 그 과정을 나누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전에 누구는 실무 경험이 있니 없니, 적으니 많으니 하면서 비난을 하는 어떤 글을 본 적이 있다. 경험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도 없이, 그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세월만 흘려보낸 잘난 경험이라면 진지한 고민과 철학을 찾기 위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노력한 사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진정한 경험은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시간과 함께 쌓아져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이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한 일년쯤 한 분야에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나부터 좀 그래야 할텐데…

 

참, 여러가지 언어를 배우는데 시간을 들이는 것은 조심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준님의 저 글을 읽고 그저 호기심에 또는 폼나니까 나도  Io나 J를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글의 교훈 하나를 먼저 실천하고서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최소 하나 이상의 언어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란 지속적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려면 변동이 적어야 한다. 한 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열 시간, 일주일 걸리면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예상하는 시간 내에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언어와 구현, 표준 라이브러리들을(때로는 플랫폼까지도) 깊이 알고 있어야 한다.

유행에 따라서 그저 호기심에 이런 저런 언어에 손대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김창준님처럼 다른 차원에 사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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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쾌한 이슈처리 재촉 메일

Facebook comments:

to “철학이 있는 전문가”

  1. 만사 제쳐놓고 놀다왔더니 글을 많이 썼네… 내가 아는 글에 대한 얘기들이구만…
    어제 우리나라 핸드볼 지는 거 보면서…
    ‘지속적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꼈는데…
    역시 “까칠”하면서 좋은 평론이구만..

  2. 제가 에반젤리스트라고 불리우는 사람을 혐오(?)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얇고 넓은 사람도 불필요한 존재는 아니지만 깊은 사람 한명이 더 아쉬운 때이기도 한것같습니다.

  3. 1년정도도 너무 짧지 않나 싶네요. 일하다보면 그냥 훌쩍인데.

  4. 철학이라..
    제 코드는 실존주의적이에요.
    인과관계가 없이 늘 기대 외의 결과를 내 놓죠. ㅡ.ㅡ;

  5. 캬.. 정말 멋진 전문가란…"철학이 있는 전문가"…

    토비님 블로그에서 철학이 있는 전문가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저 글에서 많은 부분들이 눈을 번쩍 뜨게 만들고가슴을 찔러 왔습니다. 사실 블로그나 세미나, 기고등에서 어떤 기술을 잘 아는 것처럼 떠들어 대는 것은 하루, 아니 반나절만 자료를 뒤적이면 말빨, 글빨이 좀 있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외국 자료와 블로그 글들을 적절히 짜집기 하면 충분하다. 문제는 그런데 시간과 마음을 뺏길 수록 정작 그 기술의 철학을 이해하거나, 경험…

  6. “경험은 참 중요하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도 없이, 그 경험을 통해서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세월만 흘려보낸 잘난 경험이라면 진지한 고민과 철학을 찾기 위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노력한 사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진정한 경험은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시간과 함께 쌓아져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경험에 자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ㅎㅎ..
    저도 요즘 정신차리고 고민과 노력을 공유라려고 조금씩 부지런해지려고 노력중…

  7.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짦은 생각이지만.. 깊이 있는 사람을 넓어지지도 않나 싶습니다.
    깊이가 없는 사람은 넓어지지도 않은듯.
    흑. 저는 뭔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서 걱정이 눈앞을 가리네요.T_T

  8. “난 어디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9. 요즘 한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내용을 질문드리고 답변을 받은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0. 예전의 저군요. 번역해서 샘플 만들어서 강좌 올리고…
    okjsp.pe.kr/lecture/ 그 때의 흔적들입니다.
    요즘도 그래야 되는데…
    잘 읽었습니다.
    사기의 가능성을 줄이려고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은 구분해서 얘기하고 다닙니다.

  11. 철학하는 사고가 깊이있는 사고인것 같습니다. 한번 생각할 것 여러번 좀 더 고민하고 깊이있게 생각해서 보다 낳은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는것 자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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