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님의 가볍게 쓴 글(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쓴 듯 하다)에 대해서 영회가 시비를 걸면서 시작된 (자칭) 애자일논쟁은 사실 별 논쟁다운 논쟁 없이 슬그머니 끝나버렸다.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관련 글을 남기고 얘기가 오고 가는 가운데, 간만에 보는 블로그를 통한 끈끈한 글 잇기여서 그런지 나름 재밌는 구경이었다.

 

이쯤해서 내 감상을 적어본다.

 

시작 글은 지난 7회 KSUG세미나에서 재성님의 발표한 "애자일 프로세스 지원 Pragmatic  개발 환경"에 대한 이야기 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그 발표 후 나온 질문에 대한 부가적인 답변의 내용이다. 나는 그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 잘 알 수 없다. 다만 재성님 블로그에 올라온 발표자료를 참조해서 보았을 뿐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재성님의 발표제목이다.

 

세미나 홍보자료의 제목은 "애자일 프로세스 지원 pragmatic(실용주의) 개발환경" 이다. 제목에서 유추해 보기에는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Agile Development Process)를 적용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개발환경 구성에 대한 실용적인 가이드 내지는 방법에 대한 소개쯤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블로그에서 다운받은 발표자료인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나온 제목을 보면 이번엔 "실용주의 개발 프로세스 및 개발 환경"이라고 되어있다.

 

이쯤에서 약간 혼란이 생긴다. 발표내용이 단지 "실용주의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환경구축"에 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를 잘 적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환경구축"인지 헷갈린다는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마치 재성님은 애자일=실용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애자일은 실용주의인가?  또는 실용주의는 애자일인가?

 

영회가 고백한대로 나 역시 애자일이 뭔지 잘 모른다. 잘 모른다는 얘기는 무엇이 애자일이고, 무엇은 아니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개발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대략적으로 유추하고 대충 대충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단순히 "애자일"이라는 단어는 매우 넓고 느슨한 정의를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도 서로 다른 정의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이다. 실용주의라는 말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애자일과 실용주의는 비슷하면서도 사실 다른 층위를 가진 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로 겹쳐지는 특징이 있지만 쉽게 교환해서 쓴다면 서로가 가진 말의 의미를 제한하거나,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재성님의 발표에서 과연 지금 말하고자 하는 "애자일" 또는 "실용주의"라는 것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또는 그런 (본인이 생각하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발표 슬라이드에서는 그런 내용은 찾아 볼 수 없다.

 

실제 발표의 주제는 3가지이다.

  • 사용자 스토리 추출 및 프로젝트 관리
  • 팀 협업을 위한 효율적인 개발 환경
  • CI툴을 활용한 지속적인 통합 방법과 필요성

 

슬라이드에는 이 세가지 주제가 어떻게 "애자일" 또는 "실용주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 없다. 대략 추측해보면(아.. 너무 추측성 글이다 -_-;) 사용자스토리라는 것은 애자일 분야의 대표격인 XP의 대표적인 practice이다. 그러니 첫 주제는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좀 다르다. 개발환경 구축에 관한 내용이다.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자바 개발환경에 관한 극히 실제적인 가이드를 담고 있다. Eclipse, Ant, Maven, Mylyn 등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되어지고 있다.

마지막은 CI툴이다. CI는 애자일 개발방법론의 하나의 practice이다. 동시에 TDD(이 용어는 매우 느슨하게 사용하겠다)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재성님의 발표자료는 CI나 TDD개념과 장점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툴을 사용해서 그것을 할 수 있다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 않았을까 추측한다(역시 슬라이드를 통한 억측이다 -_-;)

 

위에서 내 맘대로 살펴본 내용대로라면 재성님의 발표는 굉장히 실제적인 팁 또는 가이드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재성님이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슬라이드에 여러번 등장하는 "삽질하지 말자"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효율적인 개발전략과 툴의 사용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 스토리 부분도 "JIRA를 이용한 프로젝트관리"로 매듭지어지는 것을 보면, 포커스는 좋은 툴을 이용한 효율적인 개발방법 또는 환경구축인 것 같다. 실용주의라는 것이 탁상공론이나 붕뜬 현학적인 내용 또는 명분을 앞세운 껍데기를 걷어버리고 실제 눈앞에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하자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재성님의 발표는 "효율적인 툴의 사용을 통한 실용주의 개발 전략과 실제"이라고 부르면 딱 좋지 않을까 싶다.재성님의 발표에 대한 블로그 글에 달린 답글과 여러 사람의 후기를 보면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도움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그간 영회나 나의 발표에 비해서 매우 피부에 와닿고 당장이라도 적용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내용이었다.

 

여기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런 발표를 듣고 질문한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유저스토리로 설계를 하고, JIRA를 통해서 관리하고, 표준개발환경을 세팅하고, Maven, Watji같은 툴을 사용해서 빌드하고, 테스트를 구성하고… "이런 것을 지금 내가 일하는 척박한 SI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재성님이 일하는 N사의 여유있는 환경에서나 가능한 시도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SI건, 게임개발이건, 웹에이전시건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재성님의 답변은 이렇다.

"지금 세미나를 하는 것처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변화이지만 지금부터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성님으로서는 최선의 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발표 내내 극히 실용주의적인 내용 – CI는 어떤 의미가 있고, 공동개발환경 구축은 어떻고, 툴의 사용의 장점은 어떻고라는 내용이 아니라 바로 이 툴을 쓰면 이렇게 좋더라라는 극히 실제적인 내용을 다뤘으면서 정작 이 부분의 대답은 붕떠있는 원론적인 얘기라는 점이다. 차라리 SI에서 적용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지 질문을 다시 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좀 더 실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점은 재성 애로사항은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밝혔지만 N사에서도 이런 실천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전략이나 방법들을 좀 더 나눠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 뒤에 나오는 계약관련 내용이나, 그에 대한 영회의 반박 그리고 Xper 메일링리스트의 초대와 술자리 후 채팅의 이야기 등등.. 이 흥미롭게 진행되나 나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별 흥미가 없어서 스킵.

 

이쯤에서 애자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애자일 선언(Agile Manifesto)를 옮겨본다.

 

Individuals and interactions over processes and tools
Working software over comprehensive documentation
Customer collaboration over contract negotiation
Responding to change over following a plan

That is, while there is value in the items on
the right, we value the items on the left more.

 

여기서 내 눈의 띄는 것은 첫 줄의 "프로세스와 툴보다는 개인과 상호작용을" 그리고 세번째의 "계약협상보다는 고객과의 협력을" 이라는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세스, 툴, 계약협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 안에 참여한 개인과 그 관계 또 고객과의 진정한 협업에 더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애자일"이라고 불리기 힘들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국내에 내가 알고 지내던, 많지는 않지만 SI업계에서 활약하던 뛰어난 자바개발자들이 지금은 대부분 다 N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에 개발센터 구축을 위해 가 있는 지인의 이야기로는 국내의 많은 SI업체들이 개발조직을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국의 SI에 쓸만한 개발인력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어쩌면 "개인의 작은 노력" 따위보다는 환경을 바꿔버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회의 넋두리가 더 처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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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 잘 읽고 갑니다. 저에 대해서 이렇게 철저하게 분석하시다니..감사할 따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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