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 대기업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함께 일하던 전산부서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그다지 적성도 안맞고, 지금 하는 일도 별로 즐겁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엄마가 친구들을 만나기만 하면 ‘내 딸이 S모기업에 다닌다’고 자랑을 하시는데 제가 그만 두면 엄마가 섭섭해 하실 것 같아서에요.

대학원 진학과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차버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러 다니던 나에게 그의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그것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부모가 자랑스러워 하니까라는 이유로 계속할 수 있을까 의아했다. 다행히도 몇년 뒤에 들으니 그는 얼마후에 회사를 그만 두고 평소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IT계에서 일하는 지인들로부터 "누가 좋아서 이 일을 하나?" 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할 줄 아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또는 안정적인 직장이니까 아니면 먹고 살려고라는 설명이 그 뒤에 따른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절때 저런 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굳은 결심을 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누가 나를 골라주기 보다는 내가 일할 곳을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어디서든 필요한 존재가 되면 됐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고 나이도 들고 가족이 생기고 하면서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않는 회사에서 꾹 참고 해야하는 때도 많아졌다. 그래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또는 그냥 놀 수는 없으니까. 뭐 인생이란 다 이런거 아닌가 하는 헛소리를 하면서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밤을 새우며 일하는 것 때문에 힘든 적은 없다. 때론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을 무리하게 짧은 일정에 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새로운 도전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서 즐겁게 일을 할 때도 많다. 오히려 내가 힘든 때는 돈은 많이 받고 대우도 좋은데 하는 일이라곤 철지난 기술로 허접한 시스템을 엉터리인줄 뻔히 아는 기술표준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만들 때인 것 같다.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거의 대부분의 내 또래들은 꿈도 꿀 수 없는 큰 연봉과 스톡옵션에 많은 혜택들까지 포함된 사실 괜찮은 조건이다. 일도 내가 원하는 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할 수 있고 팀구성이나 일하는 조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그 일을 하면 별로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내 인생의 황금기인 30대 중후반을 모두 그 일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씁쓸해진다.

 

그 일을 하면 행복해 지는 일을 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서 빨리 일터로 나가고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서 개인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고 싶은 그런 일을 하고 싶다. 그러면서 우리 세식구가 힘들지 않게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일 자체보다 외적인 조건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The Chief Happiness Officer의 A question for the Americans out there을 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자기가 하는 일 자체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행복을 찾는 것 같다.

And here’s something I’ve noticed: Everywhere I go, I ask the same question, namely “what makes people happy at work here.” And I’ve noticed that the answers are never about work itself. People talk about career opportunities, they talk about salary and benefits, they talk about getting free concert tickets.

No one (so far) has said “Well, I really like my job because what I do is fun, and I get to work with some really nice people.” The closest was Dmitri Shrekengost of Coca-Cola who said that he has many friends at work, and indeed, Coca-Cola looked like a fairly happy workplace.

 

그럼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막연한 생각은 호주로 돌아가서 인터넷도 모뎀이나 겨우 연결되는 산동네나 시골에서 낮에는 땀흘려 일할 수 있는 농사를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관광가이드를 하고 밤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오픈소스 개발에 몰두하면서 살면 어떨가 싶다. 아니면 어디서도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그런 가난한 나라에 가서 똑똑한 친구들을 모아서 IT와 개발기술을 교육해주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돈도 명예도, 남들이 알아주는 실력이나 직업도 다 허무해 보인다.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정말 지금은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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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comments:

to “What makes people happy at work here”

  1. ㅎ.ㅎ 아 나도 이런 고민 좀 해 보고 싶어라.
    능력이 많은 사람의 고민이란 이런 거구나! 그저 써 주는 데만 있으면 감지덕지인 호랭이와는 차원이 달라 OTL

  2. 은둔하신다면, 이바닥의 큰손실이 아닐까 하네요. 설마 그러실리야~

  3. 그러게 말이에요. 토비님 저런 말씀 하실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 앉는다니까요. =_=;

  4. 제가 강원도나 제주도에 내려가서 장사를 하면서 책이나 오픈소스 프로그래밍을 해볼까 하는 계획과 비슷하군요. 저 보다는 현실성 있어 보입니다. 저야 장사를 한번도 안해봤지만 toby님은 관광가이드를 해보신듯 하니 말이죠. ^^

  5. 아~놔! 배불러서 배부른 소리한다는데야.. ㅋㅋ
    삶의 목표나 최우선을 어디다 둬야한다는건 알지만,
    그게 쉽지않네…많이 흔들려..

  6. 형.. 요즈음 많이 힘들었어?? 저도 많이 많이 힘듬…
    먹고 살려니 혹은… 이상과 괴리때문에….

    그래도…형은 용감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형네 회사에 투자하께요~~~

  7. “I really like my job because what I do is fun” 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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