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라는 책이 있다. 15년쯤 전에 읽은 책이다. 그 즈음에 다이어리를 이용한 다양한 시간관리기법 연구에 푹 빠져있던 나에게 매우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50년이 넘는 인생의 모든 시간을 완벽하게 기록하고 통계를 내고 분석하면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사용하는 시간의 통계를 내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다. 먼저 할 일은 사용한 시간을 분류하는 것. 시간을 분류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내가 사용한 방법은 하루의 생활을 4가지로 분류한 4Q방법이다. 1Q는 일상의 단순한 작업과 삶들이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이동하고 씻는 것. 2Q는 현재 직업상 가지는 반복적인 일과와 급한 일들. 회사에서 일을 하고 회의를 하고 업무상 사람들을 만나는 것 들.  3Q는 급하지는 않지만 미래를 위해서 중요한 일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일과 상관은 없지만 관계를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것 등. 4Q는 영성과 믿음을 위한 활동이다.

내가 디자인한 포맷의 다이어리에 매일 일어난 모든 일을 시간단위로 적고 밤마다 통계를 내곤했다. 몇달을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1Q와 2Q로만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삶이 게을러 질수록 1Q의 비중은 점점 커져간다. 덕분에 나머지 시간은 2Q에 소진해야 하니 3Q, 4Q는 극히 적을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관리에 관한 책은 하이럼스미스의 성공하는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법칙이다.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시간이 없다고 얘기할 때 사실은 그 것은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면 다른 무엇을 제치고라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시간이 없어서 못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그 사람에게는 그 만남이 별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First Things First)”는 오해하기 쉬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소중한 것을 알고 있지만 급한일을 하느라 뒷전으로 미루고 있으니 그것을 먼저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먼저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내용의 책을 읽고도 소중한 것을 먼저하지 않는다. 작정만 하고 계획만 세울 뿐이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입으로는 말하는지 몰라도 온 몸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부족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지 않고 코딩연습을 하지 않고 자기 개발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알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못읽었다고 주장한다. 실천하려고 계획은 세웠으나 실행을 잘 못해서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그것이 중요하다고 솔직히 믿지 않을 뿐이다. 지금 이대로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고 잘난척 하는데 지장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개발시간에 쫒겨 Test를 못만들었다고 하는 대부분은 사실은 Test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은 Test를 만드는 것이 결국엔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뿐이다.

내 얘기를 해보면 나는 Spring2.0의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작년 초반부터 결심했다. 계획도 세웠고 블로그에 그 계획이나 결심을 여러번 적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일년을 돌이켜서 보면 나는 Spring의 새로운 기술과 적용전략을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하지 못했다. 나는 Spring공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이다. 기존의 Spring에 대한 지식과 경험만으로도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남들은 다 내가 Spring전문가라고 생각한다. Spring에 관해서 누구랑 얘기해도 내 실력이 딸린다고 느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나는 내 결심과는 반대로 속으로는 Spring공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조금만 따져보면 알 수 있다. 한때는 나도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거짓말이다. 늘어지게 아침잠을 자는 것만 줄이고 이전처럼만 살았어도 물개랑 배드민턴이나 탁구치러 다니는 것만 안했어도 아니 만화책보는 시간만 줄였어도 지금쯤이면 Spring2.0소스코드를 샅샅이 공부하고 그것을 응용한 프레임워크 한 두개쯤은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월에 TSE2006에 참석한 후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만큼 Spring을 잘 알고 사용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세계에 넘쳐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바쁜 일과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Spring개발자들은 그 시간에도 또 더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있다가는 나는 그냥 평범한 Spring개발자의 한명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절실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비로소 Spring연구와 새로운 기술의 공부가 정말로 나에게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나는 Spring의 연구와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쓰기위해 다른 일을 줄이게 되었다. 또 직접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삶의 모드를 바꾸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고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는 따위의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말은 이제 그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무엇이 중요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어떤 사람은 가족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업의 성공을 포기하고라도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누구는 학문의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늦은 시간까지 연구에 매달린다. 어떤 사람은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맘에 들지 않는 일이지만 기꺼이 그런 일을 흥미로운 다른 일을 포기하고라도 선택한다. 외모가 중요한 사람은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일어나서 화장하고 꾸미는데 시간을 쓴다. 공부계획은 자주 빼먹어도 운동은 빠지지 않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운동이다. 무엇이 중요한 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요할 이유는 없다.

사실은 자신이 선택한 중요한 일에 시간을 더 쓰면서도 나는 이런 저런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다고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싶다. 자기 기만이다. 자꾸 그런 변명을 하면 자신과 주변사람들이 다 정말 그런줄 착각한다. 사실은 그런 일이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자. 아니라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보던가.

22 Comments

정지웅January 1st, 2007 at 7:03 pm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문제라는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누구보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많이 하는 터인데, 새해 첫날에 소중한 가르침을 얻어가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민재January 1st, 2007 at 9:22 pm

새해 벽두에 좋은 덕담이네요..

영회January 1st, 2007 at 9:33 pm

토비님은 건강만 잘 챙기시면.. 다른 건.. 잘 될 것 같아요. ^^

TobyJanuary 1st, 2007 at 11:05 pm

정지웅,민재,영회/ 새해 첫 포스트에 부지런히도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승택January 2nd, 2007 at 2:57 am

100% 동감하는 포스트입니다.^^

김동규January 2nd, 2007 at 7:37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에 빠짝 긴장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글입니다. ^^

물개선생January 2nd, 2007 at 8:47 am

부지런하지 못하고 댓글이 늦었네요. 감기 조심하시구, 휴대폰 바뀌면 미리미리 좀 알려주시구.. ^^*

TobyJanuary 2nd, 2007 at 8:49 am

물개선생/ 휴대폰번호는 6개월 전에 바꼈다. 너가 한번도 나한테 먼저 전화를 한적이 없어서 그래.

MaxJanuary 2nd, 2007 at 9:00 am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런 좋은 내용을 읽을때만 감동하고 바로 잊어버리는 이유는 멀까요?
중요하다는걸 알면서도 깜빡하는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아니면, 평소에 진지하지 않은 성격 때문인가?…
다시한번 새해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에 몸도 일치되어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cbiscuitJanuary 2nd, 2007 at 1:12 pm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ologistJanuary 2nd, 2007 at 5:11 pm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했다는 변명을 지독히도 하기 싫지만, 작년(2006년)에도 무지 많이 했네요.

올해2007년은 저는 좀더 경험적인 접근을 하고 싶은 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ctiveJanuary 2nd, 2007 at 10:09 pm

토비님은 건강에도 시간을 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감기 내려두고 돌아와요.
정곡을 콕 찔러주는 좋은 글 언제나 고맙다는거- ^^

ErikJanuary 3rd, 2007 at 9:46 pm

항상 좋은 가르침만 얻어가네요.
좋은 글 무척 감사합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몸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되시길 바랍니다.

kaiJanuary 4th, 2007 at 11:11 pm

하이럼 스미스의 10가지 법칙이 아니라, 10가지 자연법칙 이었던것 같은데,
2번 이상을 보았던 좋은 책이지…

[...] toby님 –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

슈라January 8th, 2007 at 12:51 am

10가지 자연법칙이라는 책, 5년전에 아는 분으로부터 선물받고 책장속에 그대로 꽃혀있는데…오빠가 그렇게 좋다는 책이라면 한번 읽어봐야겠어요…ㅋ

짱가January 10th, 2007 at 12:25 am

항상 좋은 글 보면서 마음을 다 잡습니다.
새해 인사가 늦었지만.. 행복한 한해 되시구요~~~
올 한해도 열심히 보고 배우겠습니다~~

Richard KuJanuary 21st, 2007 at 5:39 pm

토비~~
토욜날 부부를 동시에 보니 너무 너무 좋았어…
그리고 오늘 이렇게 좋은 글을 읽으니 참 좋네…
인생과 시간에 대한 깊은 묵상과 또한 전문분야에 대한 각오를 볼수 있는 것같아.
나는 이제야 오픈소스에 눈을 떳어…
아니 정확하게는 개발자에 처음눈을 떳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마치 내큰 힘과 산성으로 여기던 MS솔류션이 아니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고 토비를 만나서 내가 더욱더 그런 사명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
이전 많은 지식은 아마 흐르는 강물에 버렸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테니 토비가 많이 도와줘~~~
항상 고마워 옆에 있어줘서..
몸은 앞으로도 멀리 있겠지만 마음만은 늘 같이 있을 수 있잖아.

[...] Toby님의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글을 읽어 보면, 결국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되고, 역설적으로 자신이 사용한 시간을 분석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내가 아무리 마음공부와 자기계발을 중요시 한다고 말을 해도, 실제로 나의 삶을 반추해 보면 그와 얼마나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

유동민February 4th, 2007 at 10:27 p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백번 공감합니다. 저는 ‘시간관리 인생관리’ 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시간관리는 시간을 쪼개서 이것저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종류를 관리하는 것, 즉 잘하고 싶은 것의 목록을 2~3개만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욕심만 계속 많아지고, 쉽지가 않네요. ㅠㅠ

로테February 14th, 2007 at 12:41 pm

지금 제게 있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조금 전에도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을 할뻔했거든요.

judyDecember 1st, 2008 at 6:22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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