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가 태어난 뒤로 아침에 평화를 준비시키고 도시락을 싸서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은 내 몫이다. 낮과 밤에 잠을 재우는 것도. 거기에 하늘이 분유 타는 것도 내 담당이다. 지난 밤처럼 2시에 먹고 아침까지 잔 날은 정말 해피하지만, 2-3시간마다 계속 깨는 날은 잠을 제대로 자기도 쉽지 않다. 동생이 생긴 뒤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울먹이는 평화랑 틈틈이 놀아주는 것도 큰 일이다. 장모님이 오셔서 많은 것을 도와주시기는 하지만 아내가 입덧을 심하게 하던 올 초 만큼 신경쓸게 많고 바쁘기도 하다. 그래도 뭔가가 마무리 된 후의 일인지라 마음은 참 편하다. 책 쓰는 것도 비슷하다. 책을 쓰는 중에 받는 스트레스와 쓰고 난 뒤에 받는 스트레스는 강도가 비슷하더라도 이를 상대하는 마음의 여유가 다르다.

다시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서 쉽지 않았던 시간 속으로 돌아가보자. 책을 쓰는 동안의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내 블로그가 원래 그런(내 삶의 기록을 남기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이 책에서 관심을 끊기 위해서다. 책을 마무리 할 때까지 가지고 있던 계획은 편집까지 마치면 예제에 대한 빠진 설명을 적고, 책을 쓰게 된 이야기를 적고 그리고 잠적하는 것이었다. 사실 하늘이가 생기기 전에는 호주 일주 여행을 떠나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늘이를 가진 것을 알고는 낳기 전에 시드니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보다 하늘이가 먼저 나와버렸다. 아쉽지만 여행은 취소. 3×7일이 지나면 평화 데리고 바닷가에 연이나 날리러 가야겠다.

다시 어설픈 기억을 더듬어서 2007년 초로.

2006년은 물개 덕분에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던 해였다. 사실 물개가 아니었으면 나는 한국에 체류할 일도 없었을테고 책을 쓸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자바 커뮤니티와는 전혀 교류가 없던 나를 여기 저기 소개해주고, 추천해주고, 가끔 자기가 귀찮은 것을 떠밀어 맡기기도 하면서 그렇게 2005, 2006이 흘러갔다. JCO에서 발표를 하게 된 것도, 기묘에서 스프링 2.0 세미나를 하게된 것도, 마소에 기고를 하게 된 것(물개는 마소에 나를 두 번이나 추천해줬는데, 한번은 2005년에 기술 컬럼 담당으로, 다음 번은 편집진이 모두 교체된 뒤에 새로 들어온 정희용 (당시)기자에게 소개해준 것이다. 두 번 다 자기가 하다가 귀찮아져서 떠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나 사실은 순수한 의도로 그랬을 수도 있다)도 다 물개 덕이기도 하고 물개 탓이기도 하다. 잘 되면 물개 덕이고 안되면 물개 탓. 아무튼 물개의 농간에 넘어가서 점차로 한국의 개발자들을 알게 되고 마소의 정희용 기자도 알게 되고 에이콘 출판사의 김희정 편집장님도 알게 되고 하면서 2006년이 지나갔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없던 2007년이 시작됐다. 한국에서 장기간 체류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사실 카이스트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건 1달, 6개월, 1년 하는 식으로 계약을 늘려갔기 때문에 나는 언제든지 빠져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부모님의 권유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지 7년 가까이 되던 그때까지 아기가 없었다. 나름 유명한 한의원에서 약도 먹어보고 호주에서 클리닉도 가봤지만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았다. 뭐, 안 생기면 말지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내가 다른 사람의 아이들을 끔찍히 이뻐하는 모습을 보거나 쇼핑몰의 아동복 코너를 지나가면서 옷이 참 이쁘네 하고 말할 때면 가슴이 아팠다. 2대 독자인 아들이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는 부모님, 특히 엄마의 권유로 불임치료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한 번쯤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일년쯤은 시도를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포기해야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만큼은 한국에서 체류할 생각으로 대전에 내려가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역시 세계 최고라는 한국의 불임치료 의술은 놀라웠다. 호주에서는 1년쯤 걸려서 천천히 강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단 3주만에 패스. 다음 단계로, 다음 단계로. 그러더니 2006년 중반에 병원 다닌지 채 일년이 안되서 첫 임신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 첫 임신은 실패로 끝났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리면서 서서히 재시도를 하고 있던 2006말 우연히 알게된 한 교수님의 소개로 나와 아내는 국제적인 학교설립 프로젝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되었고, 당시 카이스트 일을 파트타임으로 돌리고 S사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를 대신해서 아내가 2007년 1월에 평양에 회의참석차 다녀오게 되었다. 지금이야 정치적인 상황이 복잡하지만 당시만 해도 남-북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북한은 호주의 정식 수교국가여서 비자를 받아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고, 평양 방문(개고기 시식을 포함한)은 호주 교민들이 선호하는 인기 여행상품이기도 했다. 평양 방문 전에 시술을 했던 터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돌아오자마자 검사를 해봤다. 두 번째 임신이었다. 만세~

새해 초부터 정신없이 시작된 2007년은 정말 새로운 일과 도전거리로 가득찬 버겨운 시간이었다. 아내는 입덧이 심해져서 일을 중단하고 서울 친정에 와서 지냈고, 나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면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틈틈히 유지보수 프로젝트도 두 개를 더 하고 있었고. 영회를 포스트로 넣어두고 나는 밖으로 돌면서 여유있게 진행하려고 했던 S사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진행 결재까지 나고 계약서도 들어간 즈음에 총수의 후계구도 정비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휩싸여서 잠정 연기, 중단되더니 담당 조직이 공중분해되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러는 중에 물개의 농간으로 공동 발표하게 된 영회가 발표준비를 나한테 다 떠넘겨서 혼자서 영회 발표자료까지 다 만들어줘야 했던 JCO 컨퍼런스 발표를 하고, 스프링 컨설팅 업체인 Epril을 급조해서 만들었고, Epril 주최 스프링 세미나를 진행하고, 세미나 직후에 KSUG를 설립하고 KSUG 세미나를 5차례 더 진행했고, 영회가 튀는 바람에 공중에 떠버린 일을 추스리느라 우왕좌왕 했고, 유럽에서 열린 SpringOne유럽에 다녀왔고, 중국 연길에 특강하러 한번, 교육하러 한번, 리서치 하느라 한번, 회의 하느라 한번 해서 4번 방문했고, 북경에 두 번 방문, 샌프란시스코의 QCon참석, 알라바마에 물류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하느라 한달간 체류, 그리고 SpringOne 미국 컨퍼런스에도 다녀왔고, 그러는 차에 호주 회사의 프로젝트 2개를 원격으로 진행했고, 한국 프로젝트 두 개 더와 한 차례 스프링 교육을 하고, 유료 세미나도 한번 하고,수많은 업체의 컨설팅 요청에 대응해야 했다. 특집 기획과 원고를 요청하는 정희용 기자/편집장의 요청도 다 들어줘야 했고. 그러는 와중에 평화가 태어났고, 병원으로 산후조리원으로 처가집으로 다시 본가로 이전해야 했고, 아내가 입덧으로 일찍 일을 그만 두는 바람에 생긴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땜빵 개발 일을 했고, 그러는 중에 카이스트 프로젝트가 오픈 몇달 남기고 O사의 공략에 프로젝트가 공중분해되는 일을 겪고, 물개가 홧김에 연구소 입구를 발로 뻥 걷어차며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헉헉. 그 외에도 많지만 대충 이만 생략.

이게 다 2007년 한 해에 일어난 일이다. 평범하게 일하는 중에 애기만 나왔어도 정신없었을 텐데. 다시 생각해봐도 참 정신없던 시간이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야 하는 것이 바로 스프링 책 저술 계약이다. 정확한 날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뒤로 여러 차례 이사를 하면서 저술(출판인가?) 계약서를 분실해서 계약 내용도 날자도 알 수가 없다. 출판사에서 "사실은 노예계약이었다"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아무튼 기억 나는 건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희정 부사장님과 아내의 입덧에 대해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봐서, 입덧 기간이었던 2007년 1~3월 사이라고 추정할 수 밖에.

어느날 김희정 부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한번 봐요". 바빴지만 거절을 못하는 탓에 피할 방법은 없었다. 한창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던 그때, 시청 근처에서 김희정 부사장님과 스프링 관련 저서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저자 한분을 만났다. 다른 저자와는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같이 만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 분이 먼저 기획하고 저술하고 있는 책이 스프링을 사용하는 것이라서 내가 쓸 책과 내용이나 대상 독자가 중복되지 않도록 조율해보라는 출판사의 배려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 SI업체에서 스프링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분을 만나게 되서 반가웠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으로 가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김 부사장님이 가방에서 얇은 서류 하나를 꺼내셨다. 저술(출판인가?) 계약서였다. "이게요. 특별한 것은 아니고요. 부담 가지실 필요 전~혀 없어요. 내용 신경쓰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그냥 싸인만 하시면 되요." 계약을 위한 만남으로 내가 미리 알고 그 자리에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대뜸 들이미시는 계약서를 보고 흠짓 놀란 기억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몰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거절을 못하는 탓에 "네!” 하고 바로 싸인.

그 전에 한번 만났을 뿐인데, 내가 저술 기획서를 만들어서 제출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갑자기 계약을 하자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뭐든 계약서에 싸인하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성격 탓에 굳이 물어볼 생각은 못했다. 첫 만남 뒤로 뒷조사를 했는데 모험해 볼 만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인지 어쨌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저술 계약을 하면서 시작된 2007년은 앞에서 얘기한 대로 정신없는 일과 사건, 새로운 경험과 예상치 못한 일정으로 가득 찼다. 스프링 책을 써야지 하는 생각이 간간히 들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 꼽을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항상 우선 순위가 밀렸고 선듯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그러는 중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 일어났다. 이 얘기는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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