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에서 손 뗀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책 내용도 가물가물하다. 그러니 책을 써온 그 동안의 기억도 금새 사라지겠지. 더 잊기 전에 책을 써왔던 이야기를 적어놔야겠다.

IT서적은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교보문고 컴퓨터 서적 코너에 수시로 들락거리면서부터 꾸준히 읽고 공부하기 시작했으니 대충 27년쯤 읽어온 것 같다. 하지만 한번도 내가 직접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2006년 어느날 당시 마소 기자였던 희용이(지금은 마소 발행인이자 마소 인터렉티브 사장)가 "형 책 한번 써볼 생각 없어?"라고 지나가는 말로 물어봤을 때도 별 생각 없이 "기회되면 한번 해보지"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누가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는 못된 습성 때문에 "안 써"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희용이가 강남에서 출판사 관계자와 함께 만나자고 했을 때도 별다른 생각없이 희용이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나갔다.

그날 에이콘 출판사의 김희정 편집장님(지금은 부사장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한국 IT서적은 97년에 삼각형 출판사에 여러번 크게 데인 뒤로 다시는 국내 서적은 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는 10년간 전혀 읽지 않았다. 99년에 해외로 나갔으니 더더욱 한국 책은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국내 IT서적 출판사가 어떤 곳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던 때였다. 당연히 에이콘 출판사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곳이었다. 어쨌든 희용이가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곳이라고 해서 만남을 가졌다.

처음 만났던 김희정 편집장님은 말투는 상냥하지만 좀 차갑게 느껴졌다. 인사를 하고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면서 처음 받은 질문이 아마 "책을 쓰실 수 있겠어요?"였을 것이다. 나는 희용이 소개로 그냥 인사나 하려고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받은 느낌은 내가 책을 내고 싶어서 출판사에 소개시켜달라고 해서 만난 것 같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출판사 편집장님의 눈빛이나 말투는 "정기자가 소개를 해줘서 한번 만나기는 하지만, 어디서 이름도 못들어본 사람이 책을 내겠다고 하는데 과연 제대로 쓸 수나 있을까? 실력은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에 찬 것이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그런 인상을 받았을 뿐 김희정 편집장님은 그런 뜻은 전혀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네까짓게 책을 쓸 수 있어"라는 도전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드니 오기가 발동했던 것 같다. 그래서 스프링이 얼마나 좋은 기술이고(당시만 해도 스프링 얘기를 꺼내면 다들 우습게 보던 시절이었다. 스트럿츠1 때문에 한국에서 스프링은 뜰 수 없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유명한 자바 개발자도 있었다. 오픈소스 기술은 절대 엔터프라이즈 개발에 쓸 수 없다고 블로그에 와서 훈계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앞으로 전도 유망한지 열심히 얘기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열정을 보여서일까 그날 얘기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카이스트의 모 프로젝트에서 스프링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개발을 책임지고 있던 시절이다. 2004년에 시작한 미국 프로젝트를 마치고 호주에 다시 돌아가려고 하던 차에 물개 승권이의 꼬임에 넘어가서 카이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래 한달만 참여해서 아키텍처만 잡아주면 된다는 것이 조건이었는데, 물개의 물귀신 신공에 넘어가서 한달이 6개월이 되고 6개월이 다시 일년이 되고, 2년도 되고 그러던 시절이었다. 사실 마소에 글을 쓰고 정기자를 알게된 것도 마소에 글쓰기가 귀찮아진 물개가 나한테 얼렁뚱땅 떠넘겼기 때문이다. 얼마나 원고 쓰기가 싫었던지 막판에는 내 블로그 글을 긁어다가 기사로 그대로 낸 적도 있는데(나한테는 일방적으로 통보만 해주고) 아마 그때 미안했는지 마소에 나를 추천해준 것이 정기자를 알게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해 겨울에 미국에서 열린 두 번째 스프링 컨퍼런스인 The Spring Experience 2006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담당 PM이 당황해서 프로젝트 중에 어디 가면 안된다고 말렸지만, 안보내주면 때려치겠다는 내 협박에 못이겨서 컨퍼런스 참여로 시간을 비우는 1주치의 급여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컨퍼런스 참가비와 여비, 못받은 급여 등을 합해보면 600만원 정도의 개인 비용을 투자한 셈이었다. 하지만 정말 10원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Eric Evans를 만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스프링 개발자들과 교제하면서 그들의 실력과 열정에 도전 받게 된 것이 더 좋았다.

컨퍼런스에 다녀오는 내내 책을 어떻게 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기존에 봤던 스프링 책들은 모두 장단점이 있었다. 로드 존슨의 without EJB는 절반은 왜 EJB의 대안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절반도 스프링의 기초 개념만 살짝 다룬 책이라 실무에 적용할 구체적인 지식을 얻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without EJB는 최초의 스프링 책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제대로된 최초의 스프링 기술 서적은 Spring in Action일 것이다. 하지만 SiA는 내가 제일 궁금한게 많고 관심을 많이 가졌던 SpringMVC를 제대로 다루지 않아서 크게 실망한 책이었다. 600여페이지 밖에 안되는 얇은 책 주제에  Acegi니 Struts 같은 내용이 잔뜩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나머지 책을 구입한지 3일 만에 구석에 처박아 두고 다시는 보지 않았던 책이다.

당시엔 스프링 레퍼런스 문서는 100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분량이었다. 역시 SpringMVC에 관한 내용은 별로였다. 그래서 초기에 스프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는 로드 존슨도 열심히 활동하던 스프링 사용자 포럼과 스프링 소스 코드였다. 어쩌면 스프링 소스를 들여다 볼 생각을 하고 거기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초기에 빈약한 스프링 관련자료와 서적 덕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만족하면서 읽었던 스프링 책은 롭 해롭의 Pro Spring 1판이다. 2판은 저자가 바뀌면서 내용이 부실해져서 많은 원성을 들었지만, 1판은 정말 최고의 책이었다. 컨퍼런스에서 만났던 다른 스프링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Pro Spring을 최고의 서적으로 꼽았다. 내가 Pro Spring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단순히 스프링의 기술 사용방법 뿐 아니라, 그 원리와 기본이 되는 동작방식을 잘 설명해준 것과 POJO를 이용한 비즈니스 로직 작성의 중요성을 알려준 것이었다.

스프링 주요 개발자들이 함께 쓴 Professional Spring Framework도 물론 좋았다. 이 책에 나온 "스프링의 정수(essence)는 POJO에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를 적용시켜주는 것”이라는 설명은 지금도 내가 스프링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는 것이다. 스프링이 POJO 프로그래밍을 위한 도구임을, 가장 중요한 것은 POJO로 만들어진 환경과 기술에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 코드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AOP다. AOP가 프록시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적용되는지 매우 깊이있게 다뤄 준다. AOP가 어디선가 갑자기 떨어진 외계 기술이 아니라 자바의 고급 활용법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게되었다.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진 스프링 책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또 계속 나오고 있는데, 과연 나는 어떤 책을 쓸 것인지,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할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만 하면서 2007년을 맞았다.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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