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전이다. 남을 위해서만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구체화 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OSAF를 비롯해 여러가지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발전시켜왔지만 그것은 결국 남을 위한 일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내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 무엇인가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데는 인색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블로그는 어설픈 초기 태터툴스를 쓰고, 기억하고 싶은 자료의 기록는 phpbb게시판을 하나 띄워놓고 쓰거나, 그런 자료를 재구성해서 다시 정리하고 싶은 것은 텍스트 에디터나 워드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틴 파울러의 bliki(blog + wiki)라는 아이디어를 보고 나도 비슷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기록하고 출판되는 blog, 주제별 토론의 공간으로 사용되는 forum, 그리고 협업을 통해만들어지는 정보의 공간인 wiki 또는 자료관리 관점의 cms 등에 비슷비슷한 글들이 중복되는 것에 불편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짜피 구조화된 문서이고, 같은 주제의 글이라면 한 곳에서 작성해 다른 곳에 자연스럽게 퍼지고, 연동되어 함께 수정되고 관리되어질 수 없을까 하는게 기본 아이디어였다.

예를 들어 내 개인 위키에 정리한 내용을 버턴을 누르면 그 상태로 블로그에 포스팅 되고, 그 후에라도 수정이 있다면 같이 연동해서 자료가 바뀌고, 블로그에 단 답글이나 트랙백을 위키에서도 볼 수 있고, 그 블로그의 글과 논의를 그대로 포럼에 연동해서 거기서 본격적인 의견교환을 가져갈 수도 있는, 그런 구조를 기대해봤다. 자바의 캐치프레이즈를 좀 흉내내보자면 Write once, Use everywhere라고나 할까.

그래서 하루 블로그 방문자가 한 5명쯤 되던 시절에 처음 그런 생각을 했다.

FireDingo Project를 시작하며

이왕이면 오픈소스로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 응원해주는 사람도 생겨났다.

본격적인 FireDingo를 시작하려는데…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바쁜 프로젝트 일정과 게으름, 함께 참여하겠다는 큰소리쳤던 사람들의 무관심을 핑계로 일년쯤 아무런 진도가 나가지 않고 그냥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 사이 불편하던 태터툴스를 편리한 워드프레스로 바꾸고, 나름 여러가지 공개된 오픈소스 위키를 쓰면서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서 당시 주력으로 사용하던 오픈소스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서 만들어보려고 다시 다짐을 해보기도 했다.

FireDingo 오픈소스 프로젝트

그러나 역시 결심만 하고 끝. 그때 위키나 포럼, 블로그 솔루션에 대한 연구만 엄청나게 했던 것 같다. 오픈소스는 모두 소스를 받아서 분석해보고, 공유가능한 구조화된 문서포맷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즈음에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던 Confluence에 일단 기가 죽었고, 계속 등장하는 구글이나 대형 포탈이 제공해주는 화려한 위키, 그룹, 블로그 서비스에 감탄하면서 그냥 편하게 묻어가게 되어버렸다. 통합 Wiki-Blog-Forum에 대한 욕구는 열심히 옮겨 붙이는 약간의 부지런을 떠는 것으로 대충 무마시켰다. 그 후에 스프링노트와 같은 환상적인 에디터를 가지면서 심플한 구조화된 문서를 지원하고, 각종 리모트 액세스까지 지원하는 툴이나, 구글문서도구처럼 빠르고 강력한 기능을 가진 툴들을 적극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별다른 불편을 못느끼고 대충 만족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KSUG활동을 온라인포럼과 블로그를 중심으로 개편하고, 어쩌다 한두번씩 끄적거리던 블로그에도 좀 열심히 쓰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불편함들에 눈에 띈다. 가져다 쓸만한 제대로된 자바 오픈소스 포럼하나 없다는 사실에 여전히 짜증났고, php로 되어있는 phpBB는 동국이가 수고해줘서 사용하긴 하지만 제대로 튜닝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하나 만드는게 낫다 싶을만큼 복잡했다. 영회가 별도로 만들어서 관리하는 티스토리 블로그와 글 공유도 안되고, 피드백도 나눠지지 않는다. 개인블로그에 쓰는 글과 공유가 안된다는 것도 역시 답답하다. 포럼,공동블로그,개인블로그,기타 개인위키키, 공동위키에 쓰는 글의 공유나 피드백의 교환, 상호업데이트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은 5년전에 가졌던 고민과 별 다를바 없다. 가끔 바꾸는 워드프레스 스킨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기능이 한두개씩 꼭 빠져있다.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시원한 화면이 좋긴하지만 대부분의 워드프레스 그렇듯이 트랙백링크는 빠져있고, 코멘트에 답글지원이 되는 버전임에도 스킨에서 아예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MySQL관련 버그인지 뭔지, 스팸으로 잘못 체크된 코멘트는 approve를 아무래 해줘도 복구가 되자 않고, 하얀화면만 덜렁 떠버리고(이 때문에 꼬진 워드프레스 쓴다고 영회가 얼마나 놀려댔는지 모르겠다) 기능을 하나 확장하자니, 구식 스타일의 php코드에 어설픈 플러그인을 만들거나 손대기가 싫어졌다. 설치를 한 수백번 넘게 한 Confluence는 태그문법에도 익숙하고 편리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UI와 이쁘지 않은 디자인, 타 위키,문서툴과의 비호환성 때문에 역시 손이 자주가지 않는다. 특히 접속이 느린 원격서버에 설치해서 쓸 때는 매 페이지마다 수십개씩 읽어오는 자바스크립트 때문에 얼마나 느린지 모르겠다. (자바스크립트 좀 통합해서 한방에 가져오면 안되나?)

아무튼 그래서 다시 이 FireDingo(이름은 너무 티난다고 바꾸라고들 하니 조만간 바꿔야겠지만)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일단 이 블로그부터 대신할 것으로 만들고 하나씩 추가하면서 발전시켜볼 생각인데… 이번에는 제발이지 시작만 하다가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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