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책을 다 쓰고 나면 차를 몰고 호주 일주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원래 처음 호주에 정착할 때부터 하려고 마음 먹었던 것인데 계속 일과 삶에 치이면서 미뤄졌다. 나는 비행기로 도시 사이를 이동하면서 여행하는 것보다는 차로 여행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멋진 자연을 마음 것 즐길 수 있고 사람 사는 동네 모습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여정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좋다. 하지만 호주 일주 여행의 꿈은 하늘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면서 날라가버렸다. 아이 둘을 엄마한테 맡겨놓고 나 혼자 몇 달의 시간을 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소박하게 시드니나 다녀오기로 했다. 책을 마칠 때쯤이면 아내 입덧도 끝날테고 하늘이가 나오기 전에 시드니로 가볍게 여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책의 마무리가 늦어지면서 그것도 때를 놓쳤다. 결국 시드니를 다녀오는 것도 포기.

하늘이가 태어나니 호주 일주, 시드니는 커녕 가까이에 있는 골드코스트나 선샤인코스트도 한번 다녀오기 힘들었다. 다행히 장모님이 오셔서 산후조리를 도와주고 계시니 시간은 낼 수 있었지만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책 쓰는 동안 미뤄두었던 회사 업무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데 전념했던 지난 2년 동안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다른 일은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아서 계속 적자였다. 그러니 회사 일을 다시 셋업할 때까지는 한가하게 여행이나 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는 중에 시드니에 있는 한 업체로부터 컨설팅 요청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브리즈번은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긴 하지만, 호주 자체가 워낙 작은 나라(인구가 겨우 2천만)인데다 모든 경제와 산업이 시드니와 멜번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IT관련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종종 컨설팅이나 개발 의뢰가 들어오긴 하지만 대부분 시드니나 멜번에 상주하면서 일을 하기 원해서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요청 받은 일은 다행히도 원격에서 작업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도 초기에 중요한 기술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고객사를 방문해서 긴밀히 협의할 필요도 있고, 또 신뢰감을 쌓을 수 있도록 얼굴을 보며 만남을 가질 필요도 있기 때문에 며칠 시간을 내서 다녀오기로 했다.

브리즈번에서 시드니까지 거리는 대략 1000킬로쯤 된다. 비행기로 가면 한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거리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비행기가 다니는, 호주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스라 간단히 다녀올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차를 가져가기로 했다. 비즈니스 여행이지만 개인적인 여행의 기회로도 활용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여유있게 차로 출발해서 중간에 하루 적당한 곳에서 쉬었다 갈 생각이다. 시드니에서도 고객을 만나는 시간 외에는 추억의 장소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시드니의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가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바닷가를 따라가는 Pacific highway를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륙으로 돌아가는 New English highway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닷가를 따라가는 길은 경로도 짧고 다양한 볼 거리도 많다. 반면에 내륙으로 가는 길은 거리는 조금 먼 대신 10분을 달려야 차 한대 구경할까 싶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넓은 평야와 멋진 산과 같은 자연을 마음 것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

일단 시드니로 갈때는 Pacific Highway를 이용할 생각이다. 구글 맵으로 뽑아보니 시드니 목적지 까지 표준 속도로 가면 12시간쯤 걸린다. 마음 먹고 달리면 하루에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나는 중간 중간에 구경도 하면서 슬슬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하루쯤 묶을 생각이다. 돌아올 때는 New Englad Highway를 이용할 생각이고.  이름은 둘다 hightway지만 한국의 고속도로처럼 자동차 전용도로인 고속 구간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한국의 국도처럼 되어있고 가다보면 동네 사이로 지나가는 곳도 많다. 그래서 더 볼거리가 많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다음 아닌 스마트폰이다. 예전엔 지도 책 한 권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 다니고 동네마다 있는 information centre에 가서 지역 정보를 얻어서 참고하곤 했는데 이번엔 지도나 다른 정보 없이 스마트폰에만 의지해서 다녀볼 생각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찾아보고 가까운 숙소나 식당, 구경거리도 살펴볼 생각이다. 카메라를 따로 가져가기는 하지만 간단히 사진을 남기고 싶을 때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버즈와 미투데이로 바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내가 쓰던 아이폰이 지금 수리 때문에 서비스 센터에 가있다는 것. 스피커 소리가 작아져서 서비스 신청을 하고 우편으로 발송한 바로 그날 시드니를 방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의 갤스를 빌려서 가기로 했다. 여행정보도 풍부한 아이폰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쓸만하겠지.

차. 이제 짐을 싣고 출발이다.

달려 보실까.

10월 마지막 주부터 두 주 동안 한국을 다녀올 생각이다. 작년 9월에 한국을 다녀오고는 한번도 집을 떠나 여행을 한 적이 없다. 일년에 적어도 2-3차례. 많으면 5-6번씩 외국을 다녀오던 때에 비하면 정말 오랫동안 꼼짝 안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책도 마무리 됐고 하늘이도 태어나서 잘 크고 있으니 더 바빠지기 전에 한번쯤 다녀오는게 좋겠다. 편찮으신 할아버지 돌보느라 아들 집에 다녀가지도 못하시는 부모님도 뵙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차분히 생각할 시간도 가지고 싶다.

가능하면 조용히 지내다 오고 싶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면 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과 만나서 즐거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강의나 세미나 기회가 주어지면 책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스프링 3의 매력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영회는 무슨 1박2일을 가자는데… 도망다녀야지.

하늘이가 태어난지 4주가 지났다. 엄마 배속에서 힘겹게 나오는 모습을 본게 어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네.

호주 병원의 정책은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와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고 같이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성공적으로 모유 수유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엄마 배속에서 나오면 바로 엄마가 안게 해주고 잠시후에 소아과의사가 와서 초기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유를 마치면 잠시 검사대에 눞히고 몸무게를 재고 간단한 검사를 한다. 짧지만 처음으로 엄마랑 분리되서일까 하늘이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산모가 샤워를 하는 동안 하늘이는 내가 안고 있었다. 정리를 마치고 18시간 가까이 있었던 분만실을 떠나서 신생아 병동으로 옮겼다. 아이는 따로 신생아실에 두지 않고 엄마 옆에서 함께 지내게 한다. 모유 수유를 위해서다.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다면 병원에서 먼저 분유를 주지는 않는다. 밤에는 간호사들이 수시로 와서 돌봐주기 때문에 아빠가 함께 있을 필요는 없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하늘이는 처음부터 모유 수유를 시작할 수 있었다. 평화 때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분유를 잔뜩 먹여두니 엄마 젖을 빨려고 하지 않아서 한 달이 넘도록 모유를 제대로 먹이지 못해서 애를 먹였던 것과 다르게 하늘이는 순조롭게 모유 수유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늘이 이틀째 사진. 나올 때부터 손톱이 제법 길다했는데 하루도 안되서 결국 제 얼굴 한쪽에 자해를 해버렸다. 그래서 그 힘들다는 신생아 손톱깍기에 도전을 해야 했다.

막 태어나서는 3.36킬로였는데 이틀쯤 지나고 나니 몸무게가 빠져서 2.9킬로가 됐다. 아내는 출산때 출혈이 좀 있어서 이런 저런 검사하느라 3일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호주는 의료제도가 그럭저럭 잘 되어있는 편이다. 병원비는 0. 행정처리는 신생아 병동에서 알아서 했을테고 병원비를 낼 필요가 없으니 별다른 퇴원 수속은 없다.

집에 온 뒤에는 젖이 아무래도 부족한 듯 해서 분유를 함께 먹이는 혼합수유를 시작했다. 혼합 수유를 하다보면 유두혼동이 오기도 하는데 다행히 하늘이는 신경안쓰고 뭘 주든 잘 먹어서 다행. 2-3시간에 한번씩 젖이나 분유를 먹게 되면 나는 옆에서 노래를 불러줬다. "토실토실 아기 하늘이 젖달라고 꿀꿀꿀~"

집에 도착해서 아기침대에 처음 누워서. 살이 빠져서 얼굴이 갸름해졌다.

집에 온 후에도 병원에서 보낸 midwife들이 집을 방문해서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몸무게는 잘 늘고 있고 모유수유는 잘 하고 있는지 황달기는 없는지 등등을 점검해주고 간다. 초기에 살짝 있던 황달기는 며칠이 지나서 사라졌고 몸무게도 서서히 늘고 있어서 안심.

평화는 갑작스런 동생의 등장에 살짝 긴장. 그래도 동생을 밀어내거나 해꼬지 같은 것은 안하고 이뻐해주고 좋아한다.

하늘이가 도착한 날 평화. 입 가에 묻은 것은 하늘이 0살 생일 케이크.

태어난 지 열흘째. 분유를 같이 먹으니 슬슬 몸무게가 늘기 시작해서 태어날 때 몸무게를 회복했다. 나는 밤에도 2-3시간에 한번씩 일어나서 하늘이 분유 타서 먹이고 트림 시키느라 수면 리듬이 엉망이 되서 온 종일 헤롱헤롱.

태어난지 15일째. 한국에서 오신 외할머니와 즐거운 시간. 처음엔 눈도 잘 못뜨더니 보름 지났다고 소리가 들리면 고개도 휙휙 돌리고 눈도 땡그라니 뜨고 쳐다본다.

발 사진도 찍어보고.

이제 4주째. 몸무게는 거의 4킬로 가까이 됐다. 얼굴도 살이 올라 제법 통통해지고.

하늘이를 안고 있는 평화. 동생이 생긴게 마냥 신기한가보다.

하늘이 침대에 함께 누워서. "오빠 나 이뻐?". "이히히…".

이대로 행복하고 즐겁게 서로 돌보고 의지하면서 잘 컸으면.

필요한 물건 챙겨서 바로 병원으로 다시 가야 해서 자세한 얘기를 적을 여유는 없지만, 아무튼 둘째 하늘이가 무사히 태어났다. 어제 새벽에 양수가 터져 병원으로 가서 14시간 정도 진통 끝에 건강하게 자연/자발 분만에 성공. 평화 때와 달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자궁이 반쯤 열렸을 때 Epidural을 썼는데 통증은 줄은 반면 contraction을 느끼면서 힘을 주기가 쉽지 않아서 애먹었다. 유난히 긴 분만시도 였다고. 막판에는 엄마와 아이가 모두 체력이 떨어져서 흡입기의 도움을 받을까하고 의사가 들어왔는데, 마지막 시도에서 도움없이 성공.

나는 그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봤는데, 처음에는 끔찍하고 도저히 상상도 안되고 해서 힘들었는데, 수십번의 시도 끝에 머리가 쑥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기는 문자 그대로 엄마 살을 확 찢고 나온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큰 힘을 써야 하는지. 정말 대단하다. 엄마도. 아기도.

하늘이 몸무게는 3.36kg 평화보다 조금 많이 나왔다. 반면에 키는 평화보다 작아서, 처음에 젓가락 같던 평화에 비해서 토실토실 한게 이쁘다.

이제 벙원가야지.

삐삐 출산 예정일이 이제 10일도 안남았다. 평화는 예정일 일주일 전에 나왔으니 어쩌면 며칠 안남았을지도 모른다.  어제 GP를 만나보니 아직 머리가 완전히 제 위치로 가지 않았다고 한다.  30대 후반의 노산이라 여러모로 걱정되는 것이 많다. 한국으로 원정출산을 갔던 평화 때와 달리 별로 가본 적 없는 로컬 병원에서 애기를 낳아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도 두 번째라서 그런지 마음은 담담하다. 엄마와 딸 모두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제 오늘 출산 예정 병원인 Logan Hospital에서 보내준 Maternity Services 안내 책자를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잘 모르거나 익숙치 않은 용어와 표현들이 여럿 눈에 띄어서 정리해봤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의사가 빠르게 말하는 것을 놓치면 안될테니깐.

- Antenatal Service : 출산전(임산부) 서비스
- Lightening : lightening refers to the sensation that a pregnant woman feels when the baby drops. 애기가 내려가는 것.
- Show : 이슬이 비치는 것. blood show. losing the mucous plug.
- Diarrhoea: a soft bowel motion which is part of the body’s preparation for labour.
- Burst of energy(aka nesting): 출산 전날 경험하는, 아이를 위해 집 환경을 꾸밀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
- Contraction: 자궁수축
- Cerbix: 자궁 경관. 응?
- Spontaneous rupture of membranes: 양수파열(breaking the waters around the baby).
- Amniotic fluid: 양수.
- Induction of labour: 유도분만.
- Labour : 분만.
- Intravenous infusion: 정맥주사.
- Forceps: 겸자
- Caesarean section : 제왕 절개
- Postnatal ward: 출산후 병동.
- Inpatient: 입원환자
- Outpatient: 외래환자

Logan Hospital의 정상/자연분만(NSVD: Normal Spontaneous Vaginal Delivery – 산모와 태아 모두 이상 없고 자연적으로 진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통이 시작되면 정상적인 분만으로 산도를 따라 아이를 낳는 것) 비율은 75%라고 한다. 나머지 25%는 지원(vacuum이나 forceps)을 받는 분만이거나 제왕절개라고. 보호자 한 두 명이 옆에서 분만을 돕도록 하며 아이들이 엄마의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서 오는 것을 반긴다고.

참. 둘째 이름은 하늘이로 정했다. 영어 이름은 Mel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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