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37

오늘은 나의 37번째 생일이다. 내가 새벽에 태어났다고 하니 지금 딱 37년하고 서너시간을 더 살았나 보다. 느릿느릿 먹어가던 나이가 30이 넘고나서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듯 하더니 이제 30대 후반이라고 불려도 뭐라고 못할 나이가 되었다. 한국나이로 38이니, 요즘 유행하는 말인 삼팔선에 걸린 셈이다. 어쩌면 앞으로 살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적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던 젊은 시절의 치기도 더 이상 부리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과 처자식에 대한 부담이 점점 더 커지면서 뭔가 더 안정적인 삶의 자리와 방식으로 안주하고 싶은 욕구도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별로 해놓은 일도 없고, 제대로 쌓은 지식도 없으며, 내세울만한 실력도 없고 여전히 헛점 투성이로 나이만 들어가는 평범한 아저씨가 되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은 우울하고, 비가오면 쓸쓸해지고, 전에는 못느끼던 외로움도 느끼고, 나이드신 분들이 말하는 인생의 허무함이라는 것도 살짝살짝 맛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왜냐면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아침 일어나 힘을 내게 해주고, 이리저리 시달려서 피곤한 날일지라도 잠자리에 들때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어주고, 별로 해놓은 것 없이 나이가 들어감에도 그다지 주눅들지 않고 자꾸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주는 내 인생의 동력이다.

오래전에 DY학습법으로 유명하던 원동연 박사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대뜸 나에게 했던 질문이 있다. "꿈이 뭐에요?"  그때는 나이가 30정도였고, 이것 저것 하겠다고 닥치는 대로 일을 벌리고 사람을 모으고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정신없이 살던 때였는데, 이 질문을 딱 받으니 갑자기 할 말이 없었다. 그분에게서 한시간 동안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꿈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꿈은 아무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고 있다면, 언젠가 이룰 날이 온다"라는 그분의 조언을 잊지 않고 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키며 살아왔던 것 같다. 몇년 후 브루스 윌킨슨의 The Dream Giver라는 책을 보면서 꿈을 지키고 그것을 위해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요즘과 같이 어려울 때는 내 꿈과 상관없는 당장에 먹고 살 일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꿈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 삶을 태도와 모습을 크게 다르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작은 시간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시간을 쓰고 준비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어쩌면 그것을 위해서 다시금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한지 13년이나 지났는데, 이제서 젊은 애들 사이에서, 그것도 버벅거리는 영어를 써가며 다시금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꿈을 생각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에서 만나 알게된 제프라는 친구가 있다. 여기선 서로 나이 따져가며 동년배여야 친구고 아니면 형-동생 내지는 서먹한 ~님 하는 식으로 관계 정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냥 친하면 친구다. 제프는 개발자이다. 의료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한다. 닷넷이나 C++를 가지고 주로 개발을 한다고 한다. 지난 주에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 자신은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 즐겁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대학교에서 IT를 공부했다고 하니 전공을 적성에 맞게 잘 선택했나보다 했다. 외모는 로드 존슨과 비슷한데 로드 존슨이 중후한 외모와는 달리 내 또래라고 하니, 제프도 대충 내 또래거나 조금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한 소셜 사이트의 프로필에 올라와 있는 그의 생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이가 나보다 20살이나 많다. @.@;; 서양 사람들은 대충 30이 넘어가면 60이 넘어 확 늙기까지는 나이를 맞추기가 참 힘들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50대 후반이다. 나랑 비슷한 때에 학교를 졸업했다고 했는데, 그럼 40대 초반에 대학에서 IT를 공부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호주에서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쯤에 다시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대 초에 선택해서 해오던 일에 싫증을 느낄 무렵, 다시금 은퇴할 때까지의 나머지 20여년 동안 할 일을 위해서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학비에 대한 부담이 없고, 공부만 전념하면 정부에서 생활비 보조도 해주니 맘먹으면 언제건 공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긴 하다. 어쨌든 그도 그 전에는 뭘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40이 넘어서 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공부하고 그 일을 즐겁게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나보다 .

그에 반해서 나는 직업을 확 바꿀 것도 아니고, 단지 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그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가려고 하는 것이니 못할 것도 없다.

아무튼, 그렇게 꿈이 있으니 즐겁다. 멋진 축하파티 같은 것은 없어도, 대단히 자랑할 만한 지금까지 해놓은 것은 없어도 그래도 즐겁다. 앞으로 하고 싶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것을 위해서 작년 생일때보다는 적어도 한발짝은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으니까.

happy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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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sponses to 꿈이 있는 37

  1. 기선 says:

    와우!! 생일 축하드려요~
    저 역시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겠어요!!
    참.. 멋지세요! (살만 좀 더 빼시면…ㅋㅋ)

  2. BeeKim says:

    생일 축하 드려요~
    좋은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3. Green says:

    생일 축하드립니다.
    나이먹어가면서 불안해하던 심경이었는데 토비님의 글이 자그마하게 희망을 주네요..^^
    제프리라는 분 참 동안이네요..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젊어지는 것일수도 있겠네요..

  4. kevinsay says:

    생일축하드립니다
    저랑동갑이셨군요 저희 나이의 사회인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사는것같네요 언제나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5. 물개 says:

    생일 축해해~ 저 그림, 평화가 그린건가? 천잰데?

  6. 찬욱 says:

    평화는 그림에 제주가 있군요^^.
    그림 그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데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7. Toby says:

    물개/ 마지막 터치는 평화가..
    기선, BeeKim, Green, kevinsay, 찬욱/ 고맙습니다

  8. 퍼런매직 says: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난 뽐뿌야..
    더우기 평범한 사람도 할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그곳도 뽐뿌지.

    난 아직 호주를 버리지 않았으니까, 호주는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아도 돼 ^^

  9. 영회 says:

    4월이 생일이었지.. 참…
    뭐야… 평화한테 어떻게 해서든 선물을 받으려고 지옥훈련 시킨건가? 무럭무럭 자라네..

    생일 축하해

  10. Max says:

    생신(?) 축하해요 ^^*
    평화는 평화롭게 한손으로는 그림을… 다른 한손으론 권법을?

  11. 박성철 says:

    생일 축하합니다.
    뭔가 도전이 되기도 하고 호주라는 나라가 부럽기도 하고 그렇군요.
    사실 메신저로 어떤 생각(또는 계획, 꿈)으로 사시는 지 여쭈어 보려고 했는데 이 글로 대충 절반은 대답을 들은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12. Kevin says: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평소에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Toby님께서는 아주 행복하신분 같습니다. ^^

  13. arload says:

    아이구, 한박자 늦었네요 :)
    생일이혔네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아들분이 그린 그림이, 참 부럽습니다.
    저도 제 생일도 아들이 이런그림을 그려줄지 :)

    그럼 좋은 한주 되세요 :)

  14. Toby says:

    퍼런매직, 영회, Max, 박성철, Kevin, arload/ 고맙습니다.

  15. kenu says:

    ^^ 매일 행복하길…
    널 알게 되서 감사한다.

  16. Toby says:

    kenu/ 형! 왜 요즘에 메신저 응답이 없어.. 어디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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